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2012년을 눈앞에 두고 급사했다. 그로부터 70일. 젊은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겉으로는 순조롭게 권력을 승계해나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 앞날은 '불투명', 그 자체이다. 이는 김정은 부위원장이 물려받은 것이 권력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중병을 앓고 있는 북한경제 또한 물려받아야 했다.

지난 10여 년간 북한의 경제상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내린 각종 국가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늘날에도 북한 내부에서는 하루하루를 너무나 어렵게 보내는 서민들의 소식들이 꾸준히 들려온다.

이는 김 위원장 생전인 지난해 5월 일본에서 발간된 '<림진강> 제5호' 특집,' 혼란이 깊어가는 북한경제'에서 심층취재했던 북한경제 분석이, 2012년 3월 현재까지도 유효함을 의미한다. 이에 <림진강> 편집부는 한국 독자들이 북한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도록 <림진강> 5호에 수록된 해당 특집의 한국어 번역본을 연재한다.

한정된 취재지역과 특권층 인사에 대한 대면인터뷰 정보 부재 등으로, 본고 내용에는 미흡한 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특집기사가 현재 북한경제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 독자들이 북한경제의 실상과 문제점, 그리고 북한 서민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연재는 총 16회에 걸쳐 진행된다.

시장의 식량매장. 쌀, 옥수수, 밀가루가 놓여 있다.(2010년6월 평안남도 김동철촬영)
시장의 식량매장. 쌀, 옥수수, 밀가루가 놓여 있다.(2010년6월 평안남도 김동철촬영)

 

특집2 : 혼란이 깊어가는 북한경제
2011년 4월 현재, 북한 현지에서 전해져오는 민중들의 궁핍상태는 너무나도 심각하다."배급식량이 부족해 군부대에서는 영양실조가 만연하고,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하루 종일 장마당에 앉아 장사를 해도 그날 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고작 백미500그램","1초도 전기가 안 오는 날도 많고, 수도도 나오지 않는다","자살자, 꼬제비(방랑자)가 많아졌고, 아사자도 생겼다" 등. 편집부에서는 현시점의 북한 내부의 경제, 사회의 혼란은 90년대 후반에 200~3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추정하고 있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뒤이은 참사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혼란의 깊이, 범위, 그리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를 북한 내부에서 직접 전해오는 정보를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본 특집의 의도이다. 초(超)인플레이션과 중국 인민폐와의 환율 추이를 통계화하고, 나아가 북한 사람들의 실생활에 대한 증언을 더해 정리해 나가면서, 경제 혼란의 실상에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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