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주택가를 터벅터벅 배회하던 소년. 열 살 남짓한 모습이다. '부모님은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머리 색이 탈색됐다. 2012년 11월 양강도 혜산시 교외에서 촬영 아시아프레스

북한 도시부의 시장과 역전에 즐비하던, '꼬제비'로 불리는 부랑아의 모습이 격감하고 있다. 고아원의 처우가 개선된 것이 그 이유로 보인다. (강지원)

대기근이 확산되던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전국에서 엄청난 수의 홈리스 = '꼬제비'가 거리를 떠돌았다. 김정은 시대 들어 시장경제가 확대되고 예전 수준의 식량난은 해소됐지만 시장 주변에는 구걸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꼬제비'의 모습을 아시아프레스의 북한 내부 취재협력자가 촬영해 여러 번 세계에 공개한 바 있다.

◆화려한 선전용 고아원 건설한 김정은

"'꼬제비'의 모습을 찍은 영상이 한국과 외국에서 방영된 것에 김정은이 격노, '부랑아를 무조건 수용하라'라고 지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아이 사랑'을 선전하는 화려한 고아원을 각지에 세운 것이다"

평양에 사는 취재협력자가 설명해 준 적이 있다. 김정은은 각지에 '애육원', '초등학원', '중등학원'이라고 명명된 훌륭한 고아 수용 시설을 짓게 하고 자주 시찰해 그 모습을 국영 미디어에서 여러 번 소개됐다.

하지만 신축 고아원은 중요한 것이 빠져 있었다. 평양의 상세한 상황은 불명이지만 각지 고아원에서는 식사가 매우 허술한데다 아이들을 난폭하게 대했기 때문에 수용된 아이가 도망치는 사례가 속출했다. 당국에 의해 잡혀 오면 다시 도망가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국이었다.

지난해 후반 무렵부터 북한 당국은 고아의 처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월 들어 고아원 중 하나인 '중등학원'을 조사한 양강도 취재협력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관과 기업소에 배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태인데, 고아원만은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됐다. 아이들이 자신의 집처럼 살 수 있도록 하고, 주식은 흰 쌀로 일주일에 한 번은 돼지 고기도 내놓고 있다. 게다가 과자와 과일 간식까지 매일 주고 있다"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시의 '중등학원'에는 6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입소하고 있고, 일반 유치원과 소학교와 같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협력자는 말한다.

"식사 제공은 양강도 노동당 교육부가 맡게 돼 있지만 지방정부의 예산과 함께 경찰, 검찰 등의 단속 기관과 무역 기관에도 자금을 내게 하고 있다"

아마 정부 예산만으로는 부족해서 관공서나 기관 및 간부에게 분담이 강요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아원의 처우가 좋아져서 요즘에는 도망가는 아이들도 없어졌다. 한 달에 2~3명이 추가로 입소 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버려진 '꼬제비'가 많았지만 이제는 부모가 사망한 아이들도 맡길 수 있게 됐다. 단, 부모가 죽어도 조부모나 친척이 있으면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입소하기 어렵다"라고 한다.

새로 지은 평양의 대형 고아원을 방문한 김정은. 수행 간부와 함께 신발을 신은 채 시찰하고 있다. 2015년 1월 2일자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