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쓴 점퍼 차림의 모습은 사실 젊은 병사. 원칙적으로 병사는 군복 차림으로 시 중심부로 이동할 수 없다. 부대가 이동할 때에는 평복으로 갈아입게 한다고 한다. 2011년 6월 평양시 교외인 대성구역에서 구광호 촬영(아시아프레스)

 

서민은 감춘다

외국에서 온 방북자들이 평양에서 보거나 접촉하는 시민들은 하나같이 말쑥한 옷차림이다. 초라한 모습의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평양시에 사는 다른 취재협력자 구광호 씨는 이 '계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외국인이 방문할 것 같은 행사가 있을 때는 외출 시에 남에게 빌려서라도 예쁜 옷을 입어야 합니다. 복장이 초라하거나 큰 짐을 가진 사람은 지하철 역에서 검문을 받아 중심부로 가는 지하철에 탈 수 없습니다. 우선 배낭을 지면 절대 안 됩니다. 꼬제비(노숙자)도 물론 아웃. 만일 잘 빠져 나갔다해도 중심부 역에서도 검문하니 걸립니다"(※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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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15년 사이 평양시민의 복장이 크게 변해 컬러풀해진 것은 사실이다. 1990년대에 의류품 생산이 대부분 멈췄고 시장경제의 확대와 함께 시장을 석권한 중국산의 화려한 의류품이 유통됐기 때문이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두 여성은 여성동맹 규찰대. 거리에 서서 복장이나 머리 모양,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는지 등 옷매무새를 검사, 단속한다. 2011년 6월 평양시 중심부인 모란봉구역에서 구광호 촬영(아시아프레스)

 

복장 검사의 '규찰대'를 길가에 배치, 군인은 모습을 감춘다

평양 시내에는 병사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휴가 중의 젊은 병사들이 술집에서 마시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구광호 씨 등 평양의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서 군인은 기본적으로 군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금지되며 부대가 이동할 때도 평복으로 갈아입게 한다. 외국인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사진3)

더한 것은 거리에 서서 복장을 검사하는 풍기단속 조직인 '규찰대'다. 이 풍기단속은 평양 뿐 아니라 지방 도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청년동맹이나 여맹, 직장에서 선발된 인원으로 조직되어 '자유주의'가 심한 복장, 청바지, 슬림바지, 짧은치마, 한국식 머리 모양, 귀걸이, 갈색 머리 염색 등에 대해 엄한 주의를 주거나 벌금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

'악질'로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옷을 갈기갈기 찢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평양에서는 초라한 복장도 단속 대상이 되어 중심부로부터 격리되기도 한다. (※4)

독자들은 눈치챘으리라고 본다. 평양 시가와 시민의 좋은 면만 보여주기 위해 북한 당국은 큰 비용과 인력을 쓰고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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