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중요한 것은 지원 대상의 구체화

여러 우려를 안고 있으면서도 북한으로의 인도원조는 과제로서 계속 제기될 것이며, 준비가 필요하다. 어디의 누구를 우선하여 식량을 전달할 것인지, 그 대상을 엄선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2-1에서 언급한 식량확보방법의 분류 중에서, '우선배급대상'은 체제 유지 때문에 본래 김정은 체제가 스스로 부담해서라도 식량을 공급하려는 카테고리의 사람들이다. 바꿔 말하면, '우선배급대상'으로의 인도원조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재정원조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카테고리의 사람들 중에도 다수의 사람이 굶주리고 있으므로, 지원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도의적 판단은 있을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의 우선 대상은 배급 시스템에서 배제되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으로의 인도원조에서 유효성을 높이고 유용을 최소화하려고 할 때, 대상의 엄선이 중요해진다. 먼저 앞서 언급한 3분류 가운데에서 '우선배급대상'을 제외하고, '배급 두절 그룹'과 '협동농장원 세대'로 압축한다.

다음으로 '배급 두절 그룹'의 안에서 또 엄선한다. 이 카테고리의 상위층 사람들은 상행위를 통해 굶지 않고 먹고 있기 때문에, 지원의 긴급성은 떨어진다. 빈곤층으로의 엄선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중・대도시에서는 어렵다.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과 '우선배급대상', '배급 두절 그룹'의 상위계층이 같은 지역에서 섞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중・대도시에서는 지구(地區)가 아니라, 유아와 임신부, 노인, 학생, 고아 수용 시설 등 사회적 약자를 우선해 대상을 엄선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방의 소도시와 산간의 비농업지구는 그 대다수가 국가 배급시스템에서 제외된데다 상행위에 불리한 지리적 조건이기 때문에 그대로 대상으로 삼아도 효율이 높은 원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농촌에 대해 검토해 보자. 지구(地區)로서도, 직종으로서도, 북한에서 가장 빈곤하다고 분류된 것이 협동농장이다. 전년의 수확에서 국가에 규정량을 내고, 또 군량미, 수도미(평양 시민들에 대한 배급용 식량)를 징발 당한 후 남은 분량이(=분배) 농장원들의 몫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농장에서 빠르면 3월경부터 식량부족이 발생하기 시작해 햇감자가 나오는 6월 정도까지의 기간에 많은 농민이 극히 열악한 영양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은 농민출신의 탈북자가 90년대부터 반복해 증언해 온 것이고, 현재도 북한 내부의 농촌으로부터 같은 상황들이 전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대북 식량지원을 하게 된다면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압축한 것은 농민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자가 굶주리는 것은 수탈 때문이다. 2012년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대규모 농장에서 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다. 원인은 군량미, '수도미'의 과도한 징발이었다.

인도 위기 발생에 대해, 향후 큰 관심과 주의를 요하는 곳이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의 농촌이다.

아이를 업은 여성이 수확이 끝난 옥수수밭에서 이삭을 줍고 있다. 2008년 9월 황해남도 ASIA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