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특권부유층도 몰락

부유층, 특권층이 집중된 평양은 어떨까?

아시아프레스 중국인 멤버는 작년 11월, 평양에서 중국으로 출장 온 상사원(商社員)으로부터 상황을 들었다. 그는 지갑과 가방 등의 위탁가공 업무를 맡으려고 1년에 여러 번 중국에 온다. 눈길을 피하고자 아시아프레스와 만남은 심야에 식당에서 이루어졌다.

"수출 관련 무역회사가 많이 망했습니다. 몰락한 '돈주(신흥 벼락부자)', 부유층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석탄, 광물을 하던 '기지'와 상사는 심각합니다. 평양은 돈의 유통이 막혀 있어 장사꾼은 판매가 부진합니다. 자릿세를 내면 손해라면서 시장에 나오는 것을 그만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손님이 줄어서 택시를 관둔 지인도 있습니다. 서민의 수입은 대강 절반이 됐다고 봐도 좋습니다"

(참고사진) 평양 중심부 아파트 거리 노상에서 장사에 열심인 여성들. 가운데 여성이 파는 것은 중국산 소시지다. 2011년 7월에 촬영 구광호(아시아프레스)

상사원이 언급한 '기지'는 무엇일까? 북한 최고의 외화벌이인 석탄을 예로 설명한다.

북한에는 양질의 무연탄이 묻힌 탄광이 많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 부진으로 가동이 현저히 저하됐다. 2000년대 전반 시장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돈을 모은 신흥 벼락부자인 '돈주'들 가운데, 방치된 갱도에서 인력을 고용해 채굴을 시작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북한에서는 사기업이 허락되지 않으니 돈을 써서 권력기관 산하 기업이라는 '간판'을 산다. 실질적인 민간기업이다. 규모는 30명에서 200명이다. 기재도 인건비도 자기 부담이면서 이익은 그대로 주머니에 들어간다. 약 15년 전부터 시작된 대중국 석탄 수출 붐을 타고 '기지'는 급증했다. 탄광 '기지'의 경영자는 '기지장' 혹은 '광주(鑛主)'라고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었다. '기지'는 돈이 되는 수산업과 사금 채취, 장거리 버스 운행 등 다양한 분야에 출현했다.

석탄 광산의 경우, '기지'가 발굴한 석탄은 무역회사에 팔려 중국에 수출된다. 자본주의식으로 운영되는 '기지'는 생산성이 높아서 침체가 이어지는 국영 탄광 기업에 비할 정도의 존재가 되었다.

제재가 엄격해지기 전인 2016년, 북한은 중국에 약 11.8억 달러 상당의 석탄을 수출했다. 이것은 대중국 수출 전체의 45%에 이른다. 그것이 2017년 제재 강화로 수출이 전면 금지되었다.

채굴, 선탄, 기계보수, 전기공, 수송, 선적 등 석탄 산업의 저변은 넓다. 모두 포함하면 전국에서 백만 단위의 사람이 석탄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수출이 멈춰서 이 사람들의 현금 수입이 격감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대형 탄광이 집중된 평안남도 취재협력자에 따르면, 제재가 강화되자 탄광 주변의 시장은 단숨에 경기가 침체되었고, 물건과 돈의 흐름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많은 '기지'가 파산해 사라졌다고 한다.

"(서민은) 제재 때문에 몰락한 '기지장'을 '거지장', '광주'를 '빚주'라고 부릅니다. '김정은 원수는 석탄(으로 버는) 돈이 없어졌기 때문에 남조선에 다가간 것'이라고, 험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읍니다"

(참고사진) 평양 중심부에 있는 모란시장 내부. 여성들은 폭 80센티 판매대의 주인이다. 중국제 우산을 팔고 있다. 2011년 7월 촬영 구광호 (아시아프레스)

김정은 체제의 '통치자금'도 직격타

북한의 많은 무역상사가 조선인민군과 노동당기관, 보안성(경찰) 등의 권력기관 산하에 있다. 그중에서 <39호실>이라고 불리는 특수조직은 가장 강력하고 큰 규모의 기관이다. 김정은의 통치자금 조달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산하에 무역회사와 금융기관을 갖고 있다. 외국으로 노동자를 파견하는 일도 담당한다.

그렇다면 <39호실>은 제재의 영향을 받고 있을까? 그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작년 3월부터 북부지역에 사는 취재협력자와 상담을 시작했다. 그는 노동당원으로, 작은 기업의 중견간부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인맥이 있었다. 그는 조사대상으로 '모란 회사'를 선택했다.

한산한 길림성 권하통상구. 경제특구인 함경북도 나선과 연결되어 2016년까지는 왕래하는 트럭이 줄지어 다녔지만, 최근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만 가끔 눈에 띈다. 2017년 10월 촬영 이시마루 지로

<39호실> 산하에는 '낙원지도국'이라는 조직이 있다. '모란 회사'는 그곳에 소속된 회사다. 본사는 평양이다. 동해에 접한 북한 제3도시, 청진시에 지사가 있다. 중국과 가까워서 지사에서는 주로 해산물과 광물, 의류의 대중국 수출을 다루었다. 그리고 수입한 중국제품을 전국에 유통하는 거점으로서 영업을 확대해왔다.

중견간부인 취재협력자는 청진의 지사를 찾았다. 그러나 사무소는 수출 부진으로 영업을 정지했고, 건물은 창고로서 장사꾼에게 빌려준 상태였다. 지사의 정직원은 35명 정도. 그 아래에 많은 하청・재하청 사업소가 있지만,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약초를 모으는 정도의 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사의 정직원은 이 협력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매월 백미 50kg과 500중국원(한화 약 80,000원)을 받았는데, 2018년 들어 중단됐다. 무역이 전혀 안 돼서 TV와 전기밥솥, 수조, 침대 등 지금껏 장사꾼에게 도매했던 부유층용 중국제품의 세일즈를 맡고 있다. 한 달에 1000중국원 (한화 약 160,000원)의 이익을 상납하는 것이 노르마다. 초과분은 수입이지만 달성하지 못하면 해고한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