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프레스는 5~6월에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4개 도시에서 대규모 가격 조사를 실시했다. 연재 8회에서는, 국영기업의 노임(월급)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 성인 남성 대부분은 국영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그 노임은 원칙적으로 국정이다. 그렇다면 이 '국정 노임'이란 무엇일까? 실제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을까? 최신 노임 수준과 구조에 관해 해설한다. (홍마리 / 강지원)
◆유명무실한 국정 노임
북한에서는 직종이나 노동 강도에 따라 국가가 노임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국정 노임'을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이는 원래 노동의 대가로서 식량·주거·에너지를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해 국가가 저렴한 가격으로 보장하는 배급제를 전제로 한 제도였다. 의료와 교육은 무상이며,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가족 모두가 노임으로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직장에는 직급에 따른 등급이 있었고, 승진할수록 노임도 올라갔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 파탄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식량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하면서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사회적 혼란과 대기근이 발생했다. 국정 노임으로는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되면서 이 제도는 파탄났고, 대부분의 주민이 생존을 위해 시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런데도 김정일 정권은 성인 남성에게 출근을 강요했다. 직장을 통한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노임은 지급되지 않거나, 의미가 없을 정도의 소액만 지급됐으며, 식량 배급도 거의 중단된 상태가 최근까지 계속됐다.

◆10배 인상에 주민들이 안도한 것도 잠시
2023년 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김정은 정권이 국영기업 노임을 일제히 10배 이상 인상한 것이다. 그전까지 1,500~2,500원 정도였던 노임은 3만5,000~7만 원(후술)으로 크게 뛰었다. 또한, 노동자 본인에 한해 매달 식량 약 5kg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인상된 임금으로 가족의 식량까지 살 수 있게 됐다고 당국은 선전했다.
※ 2023년 1월경부터 식량의 시장 판매가 금지되고, 국영 식량 전매점인 '량곡판매소'에서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 북한 원화 1만 원은 한화 약 247원(2026년 8월 28일 현재).
국정 노임을 일제히 10배 이상 끌어올린 김정은 정권의 정책에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90년대 이전처럼, 직장에 다니기만 하면 국정 노임으로 어떻게든 먹고살게 해준다는 것이 정권의 설계도였다.
순간적인 성과는 있었다. 노임이 일제히 인상되기 직전인 2023년 10월 초를 예로 들면, 아시아프레스 조사에 따르면 백미는 1kg에 6,800원, 옥수수는 3,200원이었다. 즉, 당시 임금으로는 옥수수 1kg조차 살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인상 직후인 2024년 1월 초에는 노임을 5만 원으로 가정할 경우 백미는 8.8kg, 옥수수는 16.1kg을 살 수 있게 됐다.
가족 모두가 먹기에는 부족했지만, 무려 30년 동안 노임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조치처럼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개인의 경제활동이 강하게 억제되고, 예전처럼 자유롭게 시장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분간은 먹고살 수 있겠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초인플레이션으로 설계도 붕괴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량곡판매소의 식량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재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지난 3년간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김정은 정권이 내놓은 '먹고살 수 있는' 새로운 노임제는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인상 직후와 최근(2026년 8월 28일)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백미는 6.5배, 옥수수는 5.5배나 폭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