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상류는 강폭이 좁아서 밀수의 최대 포인트가 됐다. 중국 측 지린성(吉林省) 창바이현(長白縣)에서 북한의 혜산시를 촬영. 2013년 8월 아시아프레스

■ 석탄의 환적

2020년 2월,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정리한 연차보고서의 내용이, 공표 전에 언론에 보도됐다. 석탄의 환적에 관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2월 12일에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이 보도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9년 1~8월 기간, 북한은 합계 약 370만t, 추정 3억 7000만 달러 상당의 석탄 밀수출을 반복했다. 그중 70%가 넘는 약 280만t은 북한 선박에서 중국 선박으로 해상에서 환적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북한은 적어도 100만t, 추정 2200만 달러 상당의 모래를 중국 항구에 수출했다. 또한, 북한은 석유 정제품을 환적해 수입하고 있으며, 그 양은 제재 결의가 정한 연간 수입 상한량인 50만 배럴을 몇 배나 초과했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필자의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석유 정제품이라면 몰라도 환적으로 석탄을 370만t이나 밀수했다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렵다. 1만t급 화물선이 370번이나 해상에서 짐을 옮겼다는 말인데, 크레인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이며 위성과 항공기로부터 감시를 피하기도 쉽지 않다. 자위대 등이 포착한 환적 영상은, 필자가 아는 한, 호스를 연결해 액체를 옮기는 것으로 보이는 것뿐이다.

북한 국내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력자들은 평안남도와 함경북도의 대형 탄광 주변을 여러 차례 현지 조사했는데, 모두 파리만 날리고 있으며 탄광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석탄의 환적 밀수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 해산물의 환적

환적은 서해상의 해산물 밀수에서도 활발하다. 필자의 중국 조선족 지인이 랴오닝성(遼寧省) 단둥시(丹東市)로부터 40km 정도 교외에 있는 둥강(東港)이라는 곳에서 밀수선의 통역으로서 타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해상과 무인도에서 북한 어선으로부터 사들인 해산물은, 살아 있는 물고기와 조개, 게, 냉동, 건어물까지, 계절에 따라 다종다양하다.

해상에서 연락할 때는 북한 측에서 제공한 북한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해상이나 섬에서 만난 뒤, 북한 측 배에 타서 상품의 수량과 품질, 가격을 확인한다. 지인이 승선한 배는 비교적 크고, 통역이 4명 타고 있었다고 한다. 해산물이 제재 대상이 된 직후인 2018년에는, 북한 측의 요청으로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것들은 부유층을 위한 품목인데 2019년 들어서부터 갑자기 요구가 멈췄다고 한다. 통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압록강의 '국가 밀수'처럼, 북한 측 배에는 세관원과 당 지도원, 공안기관원이 탑승해 감독한다고 한다. "북한 선원들과 친해져서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름을 하기도 한다"고, 지인은 말했다.

밀수의 규모는 짐작할 수 없지만, 둥강에서는 크고 작은 수십 척의 밀수선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어획한 해산물은 단둥시나 선양시(瀋陽市)의 시장과 레스토랑에서 팔리거나 중국 각지에 도매로 유통된다고 한다. 또한 이 지인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 폐렴이 유행하고부터는 중국 측의 규제와 북한 측의 방역 조치 때문에 해산물의 환적이 완전히 멈춘 상태다. (계속)

※ 아시아프레스는 중국의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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