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관객 1200만명을 기록한 '택시운전사'도 지난해 북한에 유입돼 은밀히 인기를 누렸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에서 큰 인기다. 행글라이더로 북측에 불시착한 한국 여성과 구조한 북한 장교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다. 탈북자의 감수를 받아 북한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는 평이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누계로 약 3만3000명에 이르지만, 북한에 있을 때 한국 드라마를 몰래 보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한국을 동경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북한에 한국 드라마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중국에서 밀반입된 CD나 DVD가 복제돼 암거래로 팔려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 무렵부터 내가 중국에서 취재한 탈북자 대부분이 한국 드라마 체험을 갖게 됐다.

「한밤중에 불을 끄고 가족끼리 봤다. 감동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단속 경찰관이 신작이 있으면 빌려달라고 부탁하러 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줄거리나 배우 이름을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젊은 여성도 있었다. 한국 드라마는 북한 사람들에게 크게 회자되고 있었다.

◆ 국경을 넘는 노래가 사회를 흔들었다

북한 대중이 한국 드라마에 빠질 것이라는 상상도 못한 사건에 놀라워하며 상기한 것은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끈 테레사 텐=등려군(덩리쥔)과 데이비드 보위의 유명한 일화였다.

대만과 홍콩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노래소리는 80년대 초반 중국 대륙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낮에는 덩샤오핑이, 밤에는 등려군이 지배한다」고 이야기 될 정도였다.

보위는 1987년 6월 베를린 장벽 옆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동 베를린 쪽에서는 보위의 노래소리를 들으려고 비밀경찰 슈타지의 눈이 번쩍이는 가운데서도 5,000명의 젊은이가 모였다.

"여기서 내보내줘!"
이때의 모습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젊은이가 외치는 소리가 기록되어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천안문에서는 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했다. 외부 정보의 유입이 폐쇄사회를 뒤흔드는 요인 중 하나였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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